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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정원박람회의 변신은 무죄
정원박람회가 붐이다.
올해에도 파주시 경기정원문화박람회, 울산시 태화강정원박람회, 순천시 마을정원 축제, 청주시 가드닝페스티벌, 정선군 고한 골목길 정원박람회 등 크고 작은 정원 관련 박람회와 페스티벌이 개최되었다. 정원만 주인공인 것이 아니라 정원과 사람이 함께 주인공인 행사다.
정원은 가진 자들의 전유물인가?
정원이 있는 집은 부의 상징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정원은 마을에서 다시 살아나고 있다. 정원은 주변에서 자연을 쉽게 접할 수 있게 하므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랑을 받고 있다. 정원 가꾸기 자체가 사람들의 활동을 기반으로 하여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에 사람이나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정원이 마을에 있어야 할 중요한 이유다.
정원박람회가 마을로 들어가다.
2019년 서울정원박람회는 ‘공원 소외지역 해소’와 ‘도시재생’을 결합하여 국내 타 정원박람회와 차별화된 서울시만의 주제와 콘텐츠 발굴을 시도하였다. 어려운 시도이지만 칭찬받을 만한 도전이다. 기존 대형 공원에 조성된 정원을 시민들이 보러오는 것이 아닌, 노후된 동네와 도시에 정원이 스며들었다.
처음, 도시재생과 손잡은 정원박람회다.
최초의 ‘도시재생형 정원박람회’로 열리는 올해의 서울정원박람회는 공원녹지 소외지역인 노후 도심 주거지 ‘해방촌’에 동네정원(32개소)을 만들어 지역활성화의 씨앗이 되기 위해 시작하였다. ‘어딜가든, 동네정원’이라는 슬로건 아래 동네 곳곳의 노후화된 자투리땅에 작가정원, 학생정원, 주민정원 등이 다양하게 조성돼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하였다. 조성과정 내내 많은 주민들의 참여와 지지, 관심 속에서 진행되었다.
지역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정원박람회의 주 무대인 해방촌(용산2가동, 후암동)에는 마을의 특징을 살린 ‘동네정원’ 32개소가 조성되었다. 1968년 문을 연 ‘신흥시장’에는 마치 무지개가 뜬 것 같은 정원이 방문객들을 반기는데, 과거 니트 제조공장으로 가득 찼던 신흥시장이 다시 활기를 찾기를 바라는 희망을 담았다. 2019년 서울정원박람회는 지역과 상생하고 지역의 활성화로 이어지는 정원박람회가 될 수 있도록 지역상인, 정원 관련 기업들과 협업 프로젝트도 진행하였다. 정원박람회가 도시의 주요 상업지역을 효과적으로 연결하여 박람회만을 위한 행사가 아닌 지역 상권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축제의 장으로 정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면에서 선으로 정원을 수(繡)놓다.
남산 아래 오래된 동네 ‘해방촌’에서 시작해 남산 백범광장을 지나 서울로7017을 걸어 만리동광장까지, 발길 닿는 어디서든 동네정원을 만날 수 있는 3.5km의 가든로드(garden road)가 펼쳐졌다. 면(面) 중심의 거점형 정원박람회에서 점에서 점으로 이어지는 선(線) 중심의 정원박람회로 변신한 덕분에 얻어진 ‘정원길’이다. 가을 하늘과 황화코스모스로 이어진 정원길은 일품이었다.
주민참여를 통해 서울정원박람회는 완성된다.
정원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 확산을 위해서는 박람회 개최 이후에 어떻게 그 공간을 유지하고 관리할지 주민들과 함께 논의하고 실행하기 위한 체계적인 관리 주체와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마을중심’의 정원박람회는 주민참여를 통한 정원 조성이 커뮤니티 장소가 되고 지역주민, 학교, 기관,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여 중·장기적으로 주민이 가꾸는 정원으로 육성하는 데 안성맞춤이다.
서울정원박람회의 변신은 성공적으로 시작되었다. 서울시민 누구나 즐길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19 서울정원박람회 조직위원장 김인호